태안 안면도 승언2호지

펜션에서 묵고 낚시도 공짜로 즐겨보세요~

김철규 객원기자, 호봉레저, 탑레저, 태흥 필드스탭

해마다 5월이면 부부동반으로 함께 태안권 낚시터를 찾는 조우들이 있다. 지난 5월 2일, 이번에도 안면도의 승언2호지를 찾아 2박3일간 낚시를 즐기며 힐링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김석일, 박경식, 필자 부부 등 모두 6명이 찾게 되었다. 여성들이 함께하는 만큼 저수지 인근 펜션을 빌렸다.

긴 연휴가 시작되던 첫날인 5월 2일 새벽에 집을 나서 오전 10시쯤 저수지에 도착하였다. 필자는 제방 맞은 편인 북쪽 포인트로 진입하였는데, 이곳은 달빛연가펜션을 운영하는 이상언 씨의 사유지이다. 펜션 주인의 땅이다 보니 접근이 쉽고 관리가 잘되어 있으며 낚시 여건도 너무 편한 곳이다. 저수지는 개인 소유가 아니지만 땅이 사유지인 만큼 펜션 이용자는 무료로 낚시할 수 있다. 다만 낚시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청소비로 1만원을 받고 있다.

비용에 대한 큰 부담이 없고 연밭도 잘 관리되어 있는 이곳은 ‘차 대고 3보’의 그야말로 특급 포인트라 가족 나들이 겸한 낚시터로 그만이다.

펜션 밑 포인트 구간은 약 200m인데 제방 붕괴를 막기 위한 시멘트 구조물이 연안에 둘러져 있어 접근이 쉽고 주차 공간도 충분했다. 텐트를 칠 공간도 넉넉했다. 늘 낚시인들이 찾기 때문인지 연줄기가 잘 정리되어 있었고 낚시 자리도 넉넉했다. 접근로에는 푸릇함을 더해 주는 잔디도 깔려있어 분위기가 더없이 좋았다.

펜션 사장님이 추천하는 자리에 포인트를 정했다. 아직은 연잎이 올라오지 않은, 삭은 연줄기의 빈 공간을 찾아 찌를 세웠다. 수심은 1m 전후. 바닥이 정리되어 있어 찌를 세우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가끔씩 찌가 내려가지 않아 살며시 당겨보면 이제 자라기 시작한 마름 줄기가 끌려 나왔다. 물속에는 아직 삭지 않은 말풀이 남아있었고 드문드문 마름 줄기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3.4칸부터 4.2칸까지 모두 11대를 편성하고 미끼로 옥수수어분글루텐을 단단하게 반죽해 달았다. 5치, 6치의 잔챙이 붕어가 물고 나왔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시흥에서 오셨다는 이상호 씨의 말에 의하면 “글루텐에는 잔챙이 성화가 심하고 옥수수를 써야 씨알이 조금 굵어진다”고 한다.

승언2호지는 외래어종이 유입되지 않은 토종터로 새우와 참붕어가 자생하며 4짜 이상의 대물 붕어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큰 놈은 잘 낚이지 않는다. 그저 월척급 초반의 붕어들이 주종이라는 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외에 가물치와 동자개 등이 많아 가물치 낚시를 하는 분들도 찾는다.

새우를 채집해 미끼로 쓰자 동자개가 낚이는 등 그야말로 어류도감에서 보던 물고기들이 다 있는 것 같았다. 내 옆에서 쑥과 돌미나리를 채집하던 아내는 “여기 너무 좋다!“라는 말을 연발했고 돌미나리로 부침개를 해 먹으니 향내가 너무 좋았다.

승언2호지는 15만8천평의 평지형 저수지로 1959년에 준공하였고 반경 1km 이내에 6만5천평의 수면적을 가진 승언1호지와 약 8만평의 수면적을 가진 승언3호지가 있다. 세 곳은 안면도의 삼형제 저수지로 알려져 있다. 모두 연과 갈대, 부들 등의 수초로 찌들어 있어 수초가 삭아 내리는 11월이 되어야 낚시할 구멍이 나타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중 안면읍 읍내와 인접한 2호지가 가장 큰데, 태안군에서는 저수지 일대를 수변테마공원으로 조성하고 있다. 저수지 둘레에 산책 및 휴식용 데크와 정자를 설치하고 곳곳에 노랑어리연과 꽃창포 등 다양한 정화식물을 심어 생태체험과 학습공간으로 꾸민다고 한다. 수변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좋지만 이로 인하여 저수지 전체가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오후에 박경식 씨 부부와 김석일 씨 부부가 도착해 펜션에 짐을 풀고 낚싯대를 펴기 시작했다. 옥수수 미끼로 첫 입질을 받아 잡아낸 붕어는 황금색을 띄고 있는 23cm짜리 잔챙이 붕어였다. 씨알은 잘았지만 건강한 비늘을 가지고 있었고 뭐하나 나무랄 것이 없는 우리 토종붕어였다.

이후 낚시를 이어 갔지만 잔 씨알만 나와 이른 저녁식사를 하려고 펜션으로 올라갔다. 마침 펜션 사장님이 두룹나무를 잘라내고 있기에 다가가 보니 나무를 잘라 주어야 새로 싹이 나며 내년에 더 많은 두룹을 딸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도 두룹을 따가라고 권유했다. 옆에 있는 엄나무 순과 당귀순 등도 채취해 덕분에 맛있는 봄나물로 멋진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펜션 옆 밭에는 아로니아가 자라고 있었고 또 다른 텃밭에는 상추와 대파 등도 있어 그 또한 넉넉하게 따다 먹어도 된다고 하니 너무 감사했다.

저녁식사를 하고 저수지로 내려와 밤낚시 준비를 하였다. 매주 이곳만을 찾는다는 이상호 씨가 밤낚시에는 굵은 씨알의 붕어가 나온다며 새우도 채집해 써보라고 권했다. 이에 뜰채로 수면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시멘트 구조물을 긁어보니 미끼로 사용하기 좋은 새우가 10여 마리씩 채집이 되었다. 그러나 새우와 옥수수를 각각 달고 낚시를 이어 갔지만 씨알 좋은 붕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늦은 밤까지 자리를 지키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일어나 보니 비가 텐트를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텐트를 열자 적지 않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채비 투척이 쉽지 않아 낚시를 포기하였다.

다음날 날이 밝은 아침에도 비는 계속 이어졌다. 낚시를 포기하고 펜션으로 올라가 아침 식사를 했다. 오전 10시가 지나면서 비가 그쳐 오전낚시를 이어 갈 수 있었다. 연휴를 맞은 가족 단위 낚시인들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중 한 분은 1년 중 약 4개월 동안이나 이곳에서 살 정도로 승언2호지 마니아였다. 이곳 포인트를 손바닥 보듯 알고 있다며 필자의 대편성이 잘 못 됐음을 지적했다. 큰 씨알의 붕어가 나오는 구멍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포인트를 알려 준다고는 했지만 이미 대편성을 완료한 터라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바닷가까지 왔으니 회라도 한 접시 먹으려고 펜션 사장님께 조언을 구하니 해산물을 구입하려면 5분 거리에 있는 방포항을 찾아가면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하게 구입 할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점심식사 준비를 위해 그 말을 듣고 바로 방포항을 찾아가자 해산물을 도매 형태로 파는 곳이 몇 곳 있었다. 그곳에서 씨알 좋은 갑오징어와 해삼, 소라 등을 구입해서 낚시터로 돌아왔다.

오후가 되면서 많은 낚시인들이 찾아왔지만 포인트는 넉넉했기에 그리 혼잡스럽지는 않았다. 첫날 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은 바람이 많이 불었고 새벽에 많은 비가 내려 수온을 떨어뜨린 것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옆자리의 이상호 씨도 예전 같지 않은 입질에 미끼를 교체해 가며 낚시 했지만 큰 씨알의 붕어는 만나지 못했다.

저녁 무렵 필자 왼쪽에 앉았던 김석일 씨가 수초를 감아버린 붕어와 씨름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강제로 끌어내니 말풀을 가득 뒤집어쓴 월척쯤 되는 붕어가 한 마리 올라왔다. 오후 5시가 지날 즈음 정면의 찌가 살며시 솟아올랐고 이때 나온 붕어가 25cm를 조금 넘기는 8치 붕어로 필자가 낚은 붕어 중 최대어였다.

점심식사를 늦게 한 이유로 저녁식사도 늦어 해가 진 뒤에 펜션으로 올라가 식사를 마치자 이미 밤 9시였다. 서둘러 밤낚시 준비를 마치고 옥수수를 달아 찌불을 밝혔다. 하지만 낮잠을 조금도 못 잤기에 점차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피로도 심해졌다. 잠시 졸다 눈을 떠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물안개가 퍼지는 아침 분위기는 더 없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밤낚시를 제대로 못했기에 아침 낚시에 집중해 보았다. 하지만 잔챙이 붕어의 입질만 간간이 들어왔고 큰 붕어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옆자리의 박경식 씨가 철수 전에 준척급 붕어를 낚아 체면치례만 했다.

오전 9시에 철수하며 다른 분들의 조과를 확인해 보니 영등포에서 오셨다는 이광화 씨가 월척 붕어 2수에 준척 붕어 등 11수를 낚았고 안쪽에서 낚시를 하셨던 한 분은 월척 붕어로만 4수를 담아 놓고 있었다. 이분은 신상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우리 일행이 대신 촬영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살림망을 확인하니 붕어 9수와 동자개 3수가 들어 있었다. 씨알이 아쉬운 이번 출조였지만 부부 동반으로 찾은 승언2호지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왔다는 것으로 만족했다.